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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한테 쓸모있어야만 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아이들한테 괜찮을까 본문

아이들 TV 쇼 리뷰

사장님한테 쓸모있어야만 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아이들한테 괜찮을까

해든해리 2012. 3. 2. 09:09
지난 글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은 결국 순수하지 못한 나의 선입견이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토마스와 친구들' 내용에서 볼 수 있는 나쁜 점이다.

[이전 글] 2012/02/29 - [토마스와 친구들] - 그로테스크한 토마스와 친구들 아이들한테 괜찮을까

이 애니메이션의 화두는 '쓸모있는(Useful)'이다. 토마스에서 협동심, 절제심, 인내심 등등 여러 덕목을 보여주지만 강박관념에 가깝게 강요하는 것이 너는 쓸모있는 존재인가라는 집착이었다.  물론 이것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기는 하다(특히 나에게 필요하다. ㅠ.ㅠ). 하지만 이게 즐겁게 놀아야할 아이들에게 주입 시켜야할 가치일까 의심이든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사장님으로 번역된 탑험햇경(Sir Topham Hatt)이다.



모든 기차는 이 조직의 보스에 인정 받는냐 아니냐에 대해 처절하게 행동한다. 인정받지 못할까봐 (심지어 오래된 기차는 폐기처분 될까봐) 불안해 하고 "넌 정말 쓸모있는 기차야"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잘못과 불안이 구원이 된다.

오래된 영국 애니메이션이어서 그런지 외모도 마치 산업혁명시대의 자본가를 대표하는 것 처럼 보이고 있는데다가 엄격한 계급질서,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 (불평도 못하게 막고 페인트 벗겨버린다고 협박도 합니다. 감금도 했었지요 아마...)



게다가 법인카드로 고급호텔에서 숙박하고 명품 가방들을 사는 모처의 사장님처럼 토마스와 친구들을 개인의 용도(어머니 여행, 가족 소풍 등등)로 부려먹고 토마스와 기차들은 그 임무 중에 사장님 맘에 안들까봐 전전긍긍한다.

쓸모있는냐 아니냐는 나중에 커서 충분히 고민하게된다. 아이들은 무엇을 하던 그것이 어른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뭐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 게다가 저기에선 누구한테 쓸모 있느냐는 그 대상조차 틀렸다.


두번째로 사장님이란 번역이 기분 나쁘다.
원작 애니메이션 첫 등장에 나오는 호칭은 '뚱보 관리자(fat controller)'이다. 나중에 뚱보라는 외모 비하가 거슬렸는지 이름인 '탑험 햇(Topham Hatt')에 영국식 존칭인 경(Sir)을 붙여 불러준다.


자본가의 상징인 '사장님'이라고 부르며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니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아이들 권장 애니메이션으로 적극 추천이라도 해주어야 겠다. 마치 삐뚤어지고 편협한 역사관으로 점철된 일본작가의 로마인 이야기가 양서인양 둔갑되어 대기업에서 권장도서로 추천했 듯이 말이다.

그리고 직책도 정확히 따져보면 애니메이션이나 원작 소설이 나올 때 영국철도는 국영철도이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아닌 소도어섬 철도국장 쯤 되는 공무원이다. 아시다싶이 영국철도는 1997년 민영화되어 이후 표값 상승과 시설안전에 계속되는 문제로 민영화의 실패사례로 언급되는, 특히 가카가 팔려고 민영화 하려는 KTX에 대해 반대할 때 대표적 예시로 쓰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방비로 아이들에게 노출 시키기에는 위험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으니 부모의 설명과 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뭐 꼼꼼히 따져보면 거의 모든 아이들 프로그램이 다 문제점 한둘 씩은 있으니 토마스라고 특별히 사악한 것만은 아니지만.

그리고 우리 애들이야 뭐 이해도 못할 나이이니 토마스건 뽀로로건 최대한 TV를 안보여주는 쪽으로 해야할 터이고...

사실 토마스를 보여주는 것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상상력에 조금 더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애니에이션 시청 이후에 열차 이름들을 불러가며 자기가 관리자가 되어 바삐 움직이는 것이 보기 좋기에 보여준다는 것이...아이 엄마한테 써 먹는  변명이다.